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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금융, 보험설계사 노린다

[2009-04-24 18:52:00]

설계사 대출문의 쇄도… ‘보험설계사대출 전문상담원’까지 출현

[상담사례 1] 4년차 보험설계사입니다. 연봉은 작년 원천징수로 2000만원입니다. 현재까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340만원, 러시앤캐시 500만원, 산와머니 400만원, 에이원캐피탈 60만원, 캐시벅스에서 110만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크레딧 뱅크에서 8등급(600점), 마이크레딧에서 9등급(515점)의 신용등급이 나옵니다. 추가로 300만원 정도를 더 대출받고 싶은데, 낮은 신용등급, 과다 대출조회, 적은 연봉, 계약직 등의 조건 때문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사금융도 4군데나 쓰고 있어서 대부분의 캐피탈사에서 대출 불가 판정이 났습니다. 사채라도 좋으니 대출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십시오.

[상담사례 2] 7개월차 보험설계사입니다. 첫 달에는 영업이 잘 되서 월 600만원 이상의 봉급을 받았는데 지난 12월부터는 아예 월급을 못 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달 3월, 36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현재 대출받은 내용은 국민은행 학자금대출 1500만원, 국민카드론 500만원, 롯데캐피탈에서 150만원 등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도 100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또 얼마 전 HK상호저축은행에서 대출심사 들어갔는데 최근 3개월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대출심사에서 거절당했습니다. 적은 월급과 빚으로 인해 생활도 안 되고 다음 달 영업에 큰 지장이 있습니다. 일을 잘해서 성공하고 싶은데 밑천이 없으니 잘 안되네요. 500만원 정도 대출받을 수 없을까요? 사금융도 좋습니다.

[상담사례 3] A생보사에 약 14개월 가량 다니다가 지난해 8월, K생명으로 이직 했습니다. 중간에 공백기는 없었으며, 최근 1년 연봉 합계는 약 9800만원 정도 됩니다. 신용등급은 한신정에서 7등급 정도 나옵니다. 대출은 현대캐피탈, 신한캐피탈, 롯데캐피탈에서 총 2500만원 정도 받았으며, 그밖에 3군대의 대부업체에서 75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1000만원 정도 대출이 나올만한 금융사를 찾고 있습니다.

요즘 어디를 가나 ‘신용대출’, ‘즉시대출’, ‘담보추가대출’이라는 유인성 광고물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부업체에 발을 잘못 들여놓으면 헤어날 수 없는 고금리 늪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대출업체 상담 게시판에는 보험설계사들의 대출문의 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신계약이 줄어드는 등 영업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설계사 대출문의가 급증하자 이미 ‘보험설계사대출 전문상담원’까지 출현, 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수록 보험설계사를 노리는 대부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설계사 10명중 1명만 대출허가 판정

문제는 미등록대부업체가 과다 대출과 연체 등 8~9등급의 낮은 신용등급에도 불구, ‘무이자 대출’ 및 ‘무조건 대출’ 등의 허위 미끼를 내걸며 이들 보험설계사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다.

GA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 보면 ‘보험설계사를 위한 저금리 대출’ ‘위촉증명서·소득증명서만 있으면 무조건 대출 가능’ 등 다양한 문구의 팩스가 들어와 있다”며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팩스는 못 받아볼 정도”라고 말한다.

심지어 대출중개인들까지 찾아와 ‘제 2금융권에서 무조건 대출받을 수 있다’고 유인, 대출받을 수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설계사들을 사금융으로 내 몰아 이들 업체들로부터 높은 중개 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출중개업자들은 최대한 간편하고 한도가 나올만한 곳만 진행하기 때문에 이들이 알선하는 곳은 이자가 높은 대부업체나 사금융사가 많다”면서 “대출을 성사시켜야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에 되 든 안 되든 여러 군데에 신용조회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개인들의 무분별한 신용조회는 신용등급의 하락만을 가져올 뿐이다. 그 결과 고금리 대출의 악순환만 지속, 높은 이자와 연체로 빚에 허덕이는 보험설계사가 늘어나고 있다.
R캐피탈 대출영업사원 C씨는 “대출영업을 위해 보험사 지점을 방문하면 대다수의 보험설계사들이 호의적으로 대출신청서를 작성해주지만 대출승인이 허가되는 보험설계사는 10명중 1명꼴”이라고 전한다.

그만큼 보험설계사들 중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이거나 각종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많다는 뜻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등급은 1~6등급으로 나머지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이 또한 힘들어지면 높은 수수료를 부여하며 대출중개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출영업사원들의 설명이다.

고객유지비·활동비 부족해 대출 받아…

실제, 기자는 보험사 지점 및 영업소를 방문했을 당시, 설계사들의 책상위에 놓인 각종 캐피탈사의 볼펜과 메모지 등을 종종 봐왔었다. 그만큼 보험설계사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대출영업사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억대연봉을 자랑하는 몇몇 보험설계사까지 사금융업체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차례 연도대상을 수상한 B씨는 “연봉의 대부분을 소개 및 친분을 쌓기 위한 고객유지비로 쓰인다”면서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인맥관리를 조금이라도 못하면 아무리 고소득 연봉자라고 해도 손에 쥐어지는 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미 고객유지비로 쓰기 위해 200만원~500만원의 소액대출을 2번 받은 경험이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또 다른 억대연봉자 C씨는 “그동안 MDRT를 2회 달성, 본사에서 주는 특별수당과 각종 혜택을 누렸었다”며 “비록 FY08년도의 실적으로는 MDRT를 할 수 없지만 그동안의 업적이 아까워서라도 MDRT를 달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밝혔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보험을 가입, 자신이 직접 보험료를 부담하면서 MDRT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뜻이다.

실적압박에 의한 자기계약 사례도 불황으로 인해 최근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생보 설계사 P씨는 “설계사가 말하는 월 1000만원 수준의 수입은 허수가 많이 들어가 있다”면서 “실적에 허덕이며 자기계약 보험료만 월 500만원에 달하는 설계사도 있다”고 털어놨다.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대출받는 설계사도 있다. S생보 설계사 H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최악, 영업 활동비마저 부족해 캐피탈사에서 5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활동비는 고사하고 한 달에 60만원 달하는 대출금도 못 갚아 남편과 아들 명의로 몰래 대출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제약회사는 ‘일비’ 지원… 정작 보험사는?

보험설계사들의 이러한 대출상황들을 유추해봤을 때 왜 설계사가 고객정보를 도용하면서까지 대출받는 사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겠다.
그들을 범죄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은 어쩌면 설계사 개인의 도덕성이 아닌 실적에 따른 보상과 대우, 억대연봉자에 대한 특혜 등 오로지 높은 실적만을 인정하며 특별수당으로 그들을 띄어주는 보험사가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 보험설계사 Y씨는 “정작 보험사는 실적 및 활동비에 커다란 압박을 받는 설계사들의 이러한 애환조차 모를 것”이라면서 “실적과 수당에 열 올리며 계약하는 상황에서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일부 보험사에서는 신입설계사에 대한 ‘정착지원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일 뿐. 한 달에 계약 몇 건 이상 등의 제약 조건이 뒤따른다. 조건이 없더라도 지급기간이 끝나면 수당에서 환수해 가기도 한다고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한다.

실제 제약회사만해도 영업사원들에게 ‘일비’(하루 식대·유류비 2만원~4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는 어떠한가. 일비는 고사하고 본사에서 제대로 된 지원금조차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침체로 신계약 0건 사태에 이른 만큼 보험사에서는 설계사가 대부업체에 발을 들여놓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