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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고객 ‘막강세력’으로 떠오르다

[2009-04-01 17:59:00]

생보사, 우수설계사·전담부서 통해 고아계약 집중관리

직장인 Y씨(26)는 1년 전 M생보사 설계사의 권유로 변액보험과 펀드에 가입했다. 가입 후 Y씨는 추가납입 시점 및 투자정보에 대해 상담 하는 등 설계사의 적극적인 자세로 그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러다 갑자기 터진 금융위기. 그로부터 Y씨는 설계사와 연락이 두절됐다. 본사에 문의해보니 기존 설계사가 그만 둬 담당자가 변경되었다는 말뿐이었다. 물론 새로운 담당설계사에게 연락한번 없었다. 졸지에 Y씨는 고아고객으로 전락해버린 것. 앞으로 6년은 더 유지해나가야 할 변액보험인데 그는 걱정부터 앞섰다.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차판매·자본시장법 시행 등으로 인해 설계사 이동이 빈번해져 고아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고아고객이란 그 보험계약을 모집한 설계사나 대리점이 회사를 떠나 해촉 된 상태를 말한다. 이는 미국의 ‘Orphaned Policy’ ‘Orphan Policyholder’란 용어를 직역한 것으로 일부 보험사는 어감이 나쁘다고 ‘관심고객’ ‘장미고객(장기미방문고객)’ ‘미아고객’ 등으로 고쳐 부르지만 그 의미는 고아고객 그대로이다.

담당설계사가 없을 경우 고객의 입장에서는 만기가 되거나 계약 사항 변경 시 고지를 받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해약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고객 관리가 소홀해져 업무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고 고객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어 고아계약의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생보시장에서는 고아계약의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사전·사후 관리의 미비로 유지율이 현저히 낮아 회사 경영 및 고객 서비스의 취약부문이 되고 있다.
특히 과거, 계약 경로의 70% 이상이 연고에 의존하며 설계사의 80%가 1년 이내에 회사를 떠나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고아계약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내생보사>
설계사 재배치로 고아고객 집중관리

대부분의 국내생보사에서는 과거와 달리 고아계약자 데이터를 특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이들에 대해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아계약 관리를 무책임하게 전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아고객을 집중 관리하는 설계사 및 조직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자체 영업시스템을 통해 고아고객 터치이력 등을 DB화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아고객 자체 관리도를 진단하여 관리현황에 따라 우수설계사로 다시 매칭, 본사에서 아웃바운드 콜(outbound call) 및 DM 등을 통하여 고아고객과의 관계 강화(임직원 자필 DM보내기, 캠페인 등)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지난해 고아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고아고객 발생 시 새로 이관 받은 설계사가 전화통화 후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서 인사, 기념품을 전달하는 등 앞으로 고아고객 대상으로 계속적인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담당설계사가 퇴사하기 전 해당계약에 대해 새로운 담당설계사를 사전에 선정, 새로운 설계사가 계속 고객관리를 할 수 있게끔 대책을 세워둔다. 지점차원에서는 별도의 안내문을 발송, 고객이 담당설계사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자기계약에 대해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고아고객 발생 시 고객정보를 지체 없이 고객케어센터로 이관, 새로운 담당자가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담당설계사는 보장내용을 분석해 새로운 보험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보험서비스를 펼친다. 설계사가 변경되더라도 고객이 티끌만큼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고객케어센터의 목표이다.

동양생명은 해당 지점의 다른 우수설계사에게 고아고객을 1차적으로 위임,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해 담당설계사가 변경되었음을 알린다. 또 프라임사업단·하이브리드사업단에서는 고아고객 DB를 통해 보험에 대한 재분석·리모델링을 하는 등 고아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외자계생보사>
전담부서·시스템 구축으로 안정적 관리

완전판매나 니즈판매의 관행이 비교적 성숙되어 있는 외자계보험사의 경우 초기 계약관리 등 사전관리 체제가 안정되어 있어 고아계약의 유지율이 기존 계약과 거의 차이가 없게 나타났다.

ING생명의 경우 본사에 고아계약을 관리하는 전담부서를 두는 등 특히 새로 관리를 맡게 될 설계사의 자격을 엄격하게 규정, 우수설계사가 관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만큼 신뢰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

AIG생명 역시 전담부서를 운영, 등급이 높은 우수설계사에게 고아고객을 전담시켰다. 또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 설계사가 직접 방문하는 등 고아고객에 대한 최대의 재정설계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고아고객을 전담한 설계사에게는 고객관리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메트라이프생명은 고아계약에 대한 프로세스를 오래전부터 구축,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먼저 담당설계사는 퇴사하기 전 관리설계사를 새로 지정, 전화나 우편 발송 등을 통해 고객에게 알린다. 그 후 새로운 관리설계사가 직접 방문해 인사하고 인수인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새로운 설계사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다른 설계사로 교체, 관리설계사 선택권을 고객에게 부여한다. 본사에서는 고아계약관리가 잘 이뤄지는지 수시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도 고아계약 관련 시스템을 구축, 이를 영업조직관리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특히 고아고객 발생 시 해당지점에서는 지정받은 설계사가 기존의 계약을 인수, 새로운 담당자는 고아고객에 대한 접촉이력(언제 만났고, 어떻게 계약관리를 했는지 등)을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이는 철저한 관리를 위해 본사차원에서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
본사에서는 이를 통해 고아고객에 대한 관리현황을 점검한다.

신계약 잠재력 숨어있는 고아고객 DB

그렇다면 최근 들어 고아계약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고아계약자를 통한 ‘생산성 확보’를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로 업데이트된 고아계약 DB(데이터 베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보험사는 설계사의 방문, 전단지 배포, 세미나 셀링 등을 실시함으로써 보험상품 구매 동기를 유발, 신규 고객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별 고객의 특성을 파악, 선별된 고객에게 일관성 있는 노력을 집중함으로써 전문화된 재정설계서비스로 그 중심이 변화할 것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고아고객, 즉 관심고객의 DB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DB마케팅이란, 고객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컴퓨터에 DB화하고, 구축된 고객 DB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고객 개개인과의 접촉을 통한 직접적인 반응 및 판매를 유도하거나 장기적인 일대일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제반 마케팅 활동으로 요약된다.

또 고객과 관련된 뜻밖의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는 과거 구멍가게의 주인이 단골손님의 집안사정을 훤히 알아 일대일 관계를 지속한 것과 같은 방법이 정보구축 시스템의 활성화로 인해 다수의 고객 대상으로도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케팅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신규 고객을 새로 개척하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의 6배가 소요된다고 한다. 또한 평균 적인 회사의 비즈니스 중 65%는 만족을 얻은 현재의 고객을 통해 이루어지며,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따른 보고서를 분석해봤을 때, 과거 정기적인 접촉이 없었던 관계로 고아고객 DB는 신계약의 잠재력도 어느 정도 갖고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니즈와 여건이 변했음에도 아무도 그 계약자를 접촉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판매의 기회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가 판매는 고아계약자에 대한 접촉과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보험업계관계자는 “고아고객은 추가계약의 잠재고객이고 많은 신규고객들을 회사에 소개 내지는 유치해주는 막강한 영업력이다”면서 “고아계약자를 최소화하고 이들의 이탈 역시 최소화하는 전략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고객만족전략”이라고 소개한다.

보험선진국 ‘전담급여설계사’ 배정

그러나 우리나라 생보사의 고아계약관리 실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실한 실정으로 전문화와 세분화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선진국의 고아계약 관리는 단순한 유지율 관리가 아닌 고객 및 계약유지계획(Conservation Program : 이하 C.P)의 일환으로 C.P는 한번 확보한 회사의 고객과 계약을 유지함으로써 추가 계약이나 교차판매 등 시장 기반을 계속 늘려 나간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따라서 그 관리 주체인 설계사 없는 고아계약은 전담급여설계사(Salaried Agent)를 배정하여 고정급과 함께 기본 수준 이상의 부활 및 신계약 실적에는 비례 성과급을 지급하는 별도 관리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C.P는 설계사 탈락후의 사후 관리가 아니라 신계약의 시점에서부터 회사가 고객관리에 체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단순 계약관리가 아닌 DM용 신상품이나 특약의 별도 판매를 위한 텔레마케팅 조직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도 이미 설계사가 탈락하여 고아계약이 된 후의 관리가 아닌, 누가 탈락해도 고객 및 계약관리가 차질 없이 계속되어야 하며, 계약 시점 및 설계사 탈락전의 사전 관리체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